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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5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3
感想2010. 1. 15. 12:56
전직장에서 내 팀장은 늘 그랬다.
'우린 프로야. 프로가 이러면 안되지'

순수 대구 출신이셨던 그분은 이상하게도 r자 발음을 진하게 굴리셨는데.
늘 '프'가 아닌 '로'에 강세를 넣어서 진한 r발음을 소화하셨다.

그 말을 들을때마다 24살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가슴 한구석이 콱 막혔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잘해야하는 거 같은데, 잘하는게 어떤건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잘해야하는 거 같은데,,
뭐 이런 생각만 계속 머릿속을 순환했었다는 거..

32살이 된 지금(아흑.. 우리나라도 만으로 좀 계산했으면!!!!)
만약 그 팀장이 그런 말을 했다면
'아니, 팀장님 왜 이러십니까. 아마추어같이~' 라고 눙치며 둘러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최근에 소식을 듣기로 팀이 해체되면서 팀장은 더이상 팀장이 아니게 됐고 그냥 타팀의 팀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팀장이 이야기한 그 '프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나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면서
아마도 (지금은 팀장이 아닌) 그 팀장 또한 82년의 프로야구를 감명깊게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어렷던 그 팀장의 마음에 '프.로.'라는 두 글자를 가슴깊이 새기고는
무려 20년이나 지난 후 어느 가엾은 새파란 신입사원이 일처리 후 보고하면서 발발 떨게 만들었던 거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받기 힘든 공은 받지 않는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열심히 사는 게 진리라고 믿고있는 사람들에게
에구.. 좀 쉬엄쉬엄하면 어때. 편하게 살아~ 그래봤자 남는거 없어. 라고 이야기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들.

치기 힘든 공을 노력해서 치고 싶으면 치고 치기 싫으면 안치면 그만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하는 건데 
세상사람들은 모두 '공을 쳐라!!쳐라!!'라고 외친다.
그래서 작가는 '치지마라!!치지마라!! 쳐봐야 별거없다!!'라고 외치는 것일 터.

3명의 애인과 7명의 섹스파트너를 가진 여대 다니는 여자 이야기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도대체 남자들 첫사랑은 죄다 이슬만 먹는 청순녀 아니면 미스테리 섹시녀밖에 없는거냐..ㅠ)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열심히(?) 사는 이야기라는 점은 마음에 든다.
책 보면서 얼마나 낄낄댔던지..

이젠 누구도 프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공기'같은 게 되어 버렸기 때문에..
다들 프로의 정신으로 무장하고(즉, 당연한 거고) 전문가의 시대를 향해 뛰고 있다.
T자형 인재도 모자라 파이자형 인재를 요구하는 세상이니.
이런 시대에 '아.. 씨바.. 좀 편하게 살자~'란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할 터....


딴소리 덧붙이기. 이 책을 읽기 전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란 책을 읽고 있다가
삼미슈퍼스타즈를 선물로 받아서 먼저 읽어버렸는데 묘하게도 두 책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를 관통하는 주제는
한국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한 후 자유=돈으로 치환하고 
그 돈(즉,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계발하는 주체로 변화해갔다.
라는 내용인데 (정확히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어나 문맥이 어려워서 언어영역 지문 푸는 심정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은 자유의 의지는 가졌으되 자기계발하는 주체로서의 전환은 거부하고 세상을 살겠다는 것. 
Posted by shanti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