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장도 잡고, 스드메 계약도 하고.. 그 다음은 예단,예물,예복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단.. 안했다.(그에 따른 함, 봉채비/꾸밈비 당연 안했다) 예물.. 결혼반지만 했다. 예복.. 안했다. 한복.. 안했다.
1. 예단
결혼준비 과정의 대부분이 그다지 필요하진 않지만 그 중 가장 이해가 안가는 게 바로 예단…이란 놈이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예단의 절차에 대한 간단 설명.
예단은 신부측에서 신랑측에 드리는 선물?? 개념이고 그에 대한 답례로 신랑측에서는 신부측에 봉채비 또는 꾸밈비를 보낸다.
예단의 절차에 대한 좀더 복잡한 설명.
Step1. 예단은 신부가 시댁어른들께 현금과 3총사(이불, 반상기, 은수저)를 드리는 건데 집안에 따라 친척어른들까지 이불을 돌리기도 하고, 3총사 대신에 어머님 가방, 화장품이나 아버님 벨트, 시계 등을 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Step2. 신부측에서 보내온 예단비를 받은 시댁측에서는 신부에게 봉채비 또는 꾸밈비 명목으로 예단비의 절반 가량을 다시 신부측에 돌려보낸다. 물론 안 돌려주는 집도 있고 전액을 돌려주거나 30%만 주는 경우도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절반이다.
내가 레몬테라스를 꾸준히 방문하며 관찰한 결과 요즘 예단은 적게는 오백, 평균 천만원 수준이고 삼사천을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보였다. 남자가 해온 집값의 10% 수준이 예단 금액으로 적당하다라는 게 대체적인 인식.
결혼이 신랑,신부 둘만의 행사가 아니라 집안끼리의 만남이다 보니 아무래도 양가 어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부분이 바로 예단일텐데.. 우리네 관습이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하는 것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개인적인 생각은 ‘이걸 도대체 왜 해?!!’ 이다.
천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은행 인출해서 가져가는 것도 살 떨릴 뿐더러 그걸 다시 절반 뚝 떼어서 ‘옛다. 받아라’ 하고 선심쓰듯 던져주는 모양새.. 이거 너무 웃기지 않나? (엄밀히 말하면 본인돈 다시 받는 건데 그걸 자기 돈처럼 다시 주는 거나 감사해하며 받는 거나.. 뭔가 황당한 시츄에이션..)
그럴 돈 있으면 집값에 보태는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남자친구 생각도 나와 같고 시댁 부모님도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라고 말씀하셔서 예단은 그냥 생략.
그런데 의외로 친정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왜 그걸 안 하냐. 안 하면 두고두고 흉잡힌다. 우리가 돈 줄 테니 그냥 드려라’
부모님께 큰소리 내지 않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효녀였지만(어차피 내 부모님이 이 글 안보시니 냅다 지르고 보자!! 쿨럭…) 여기서 딱 한번 화를 냈다. ‘안한다니깐. 시댁에서도 괜찮다는 걸 엄마아빠가 왜 그라는데!!(네네.. 사투리입니다..ㅡㅡ;)’ 이렇게 해서 예단은 안하는 걸로 최종 결론.
하지만 나도 조신한 조선처자인지라 이 부분에 대해선 특히 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 우리가 대부분의 결혼 과정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건 양가 부모님의 간섭(?)이 절대적으로!!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부모님들 위주로 결혼 준비가 진행되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
2. 예물
일찍이 니콜 언니는 물랑루즈에서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베프.라고 설파하셨지만 나는 딱딱한 돌멩이 따위와 우정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예물은 간소하게 할 생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시댁에서 다이아 결혼반지, 심플한 커플링, 진주세트, 유색세트를 신부에게 해주고 신부측에서는 신랑에게 결혼반지와 순금세트(?)를 해준다고 하는데 이거 쓰느라 검색한 것이니 틀릴 수도 있다. 요즘은 다들 평소 하지도 않을 곳에 돈 쓰느니 간소하게 반지를 많이 하는 추세라고 알고 있다.
우리커플의 경우는 남자친구 지인의 동생이 보석 디자이너라 그분께 모든 걸 일임했다. ‘이렇게 보석욕심 없는 신부는 처음 본다’는 그분 말처럼 보석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지라 그분이 추천해주는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3부 다이아 반지를 맞추고 남자친구는 0.7~8부쯤 되는 반지를 맞췄다.
사실 처음에는 나도 0.7부쯤 되는 반지를 할까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별로 안 예뻐서(아아..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봐.ㅠㅠ) 3부 반지로 최종 결정.
‘그래도 결혼반지인데’ 라며 3부를 했지만 나중엔 얼마나 끼고 다닐까 싶어 차라리 처음 생각대로 깨알 다이아(?)를 할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기도 했다.
3. 예복과 한복
평소 양복을 안 입고 다니는 남자친구는 특별히 양복이 필요 없었고 나도 정장을 즐겨 입지 않는 터라 생략을 했다.
그러나 ‘자식결혼에 우리가 너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같다’며 부모님께서 남자친구가 평소에 입을 옷들을 몇벌 사주셨고, 시부모님께서도 내 원피스와 코트를 사주시는 것으로 예복은 마무리.
그리고 한복.
한복의 경우 스튜디오 촬영, 폐백, 본식 이후 손님들께 인사할 때, 신혼여행 다녀와서 양가 부모님께 절할 때, 첫 명절, 그 외 집안 대소사 때 입게 될 텐데..
이렇게 쓰고보니 많이 입는 것 같지만 주위 사람들 말을 들어봐도 결혼 후에 제일 후회하는 것이 한복.이라고 하고 몇번 입지도 않을 것에 백만원 정도의 돈을 투자한다는 것이 아까워서 그냥 생략했다.
스튜디오 촬영 때는 한복씬을 생략했고, 폐백과 신혼여행 후 절할 때는 친구의 한복을 빌리기로 했다.(친구는 오히려 잠자고 있던 본인 한복을 더 쓸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는 눈치..ㅎ)
본식 후 손님들 인사는 남자친구 선배가 만들어준 커플티를 입고 하기로 했고, 첫명절은 일하느라 걸리적거리는데 한복이 웬말이냐..라며 자체 생략. 집안 대소사는 그때그때 지인들에게 빌리기로..(벌써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ㅎ)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한복 생략해도 다 방법이 있으니 참고하시라고.. ^^;
물론 양가 어머님 한복은 한벌씩 맞춰드렸다. 체구도 아담하신 두분이 커플 한복 맞춰 입고 올망졸망 서계실 생각하면 벌써부터 너무 귀엽다.(아.. 나는 못보는구나.. ㅠㅠ)
이렇게 저렇게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그간 우리를 키워주신 양가 부모님께 아무것도 안 해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지라 아버님들께는 양복을(시아버님은 양복이 있으시다고 하셔서 등산복으로..) 해드렸고 양가 어머님들께는 가방을 하나씩 해드릴 예정이다. 그걸로 이제껏 길러주신 고마움을 다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앞으로 잘해드리고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것도 충분한 효도일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