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上2011. 5. 16. 11:08

신행 전.. 결혼식이 끝난 후 올렸던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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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혼식이 끝났습니다!!

 

비가 그친 오전에 메이크업 준비를 하러 가면서 '혹시나..'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야속하게도 제 결혼식이 시작할 때쯤엔 비가 거의 퍼부었습니다.

 

 말 그대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야외 결혼식을 진행했어요.

 

곱게 파랑,빨강 한복을 차려 입은 어머님들의 화촉점화,

남자친구, 아니 남편의 씩씩한 입장.

동생 말에 따르면 '웃겨 죽겠는거 억지로 참는 표정'으로 수줍게(?) 입장한 신부와 아버지.

서로에게 바치는 사랑의 서약과

친정 아버님 성혼선언, 시아버님 덕담까지.

모두모두 좋았습니다.

 

그 이후 축가부를 때 음향 담당하는 분께서 음악을 잘못 끊어 흥 돋던 분위기를 깬 뒤 아예 음향이 고장 나 퇴장 때까지 마이크가 안됐다는 게 큰 단점이라면 단점?

(이 부분은 예식장에 강력한 클레임을 걸어놓은 상황입니다.

예식장 측에선 진행 미흡과 관리 소홀에 대한 백번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진상 고객 만났다는 어투라 조금 많이 빈정 상한 상태입니다.

이 바닥이 단골손님 장사가 아니니 한번 하고 말 고객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걸까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그들의 태도를 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세울 참입니다.)

 

어쨌든, 그깟 마이크 하나에 빈정 상해 제 일생 한번의 결혼식을 망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퇴장 이후 사진찍기, 폐백.. 모두모두 무사히, 즐겁게 잘 끝냈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먼길 달려와 준 많은 분들께 그저 감사드릴밖에요.

모두들 그저 '너네 대박 잘 살 거 같다.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이었다.' 라며 한마디씩 하셨어요.

비바람 휘몰아치는 야외결혼식에, 마이크까지 고장나는 게 흔한 경험은 아닐테지요.ㅎ

 

어쩌면 그분들에게는 wost 결혼식 대망의 1위쯤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저에겐 best 결혼식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겠다는 서약에 많은 고마운 분들이 참석해서 응원해주셨으니까요.

 

처음 착한 결혼하기를 시작했을 때 합리적 소비와 환경과 나눔을 생각하는 결혼 준비를 해보겠노라고 다짐했었지요.

그 다짐에 맞게 축의금의 일부를 기부할 예정입니다. 금액과 단체는 비밀이지만요.ㅎ

그렇지만 내가 과연 합리적 소비를 했는가. 는 의문입니다.

나름 허례허식을 줄이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알뜰하게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재까지 금액을 정산해보니 어디가서 알뜰하게 했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야금야금 올라가는 추가비용에 결국 웨딩업계에 K.O.패 당한 듯해요. ^^; 

환경은..음음.. 사실 많이 생각 못했습니다. 앞으로 관심을 가져볼까 하지만.. 당장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하다보면 그 결심이 얼마나 갈지.. 먼저 반성부터 해봅니다.

 

부끄럽지맍 오늘 읽었던 저희들 혼인 서약으로 마지막을 대신할까 합니다.

저희 둘. 앞으로 착하게, 잘 살겠습니다.

 

<사포님>

어느 날 우연히스치듯 당신을 만났습니다.

처음 그 날, 당신의 앞에 앉았고,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당신에게 반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곁에 머물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당신의 영혼과내 영혼이 언제나 함께하길 바랍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세상 모든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도

당신에 대한 내마음만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님>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라면을 밥보다 좋아하는
곱슬머리의 당신이 저는 좋습니다

저는 당신 옆에서
함께 책을 읽고
손을 잡고 함께 여행하며
맛있는 밥을 지어주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이틀 뒤면,
우리는 한 때 사람들이 세계의 끝이라 믿었던 곳에 서게됩니다
그 곳에서 우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 두 손 꼭 잡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가요.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는 없지만
당신과 함께있어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사랑합니다

Posted by shanti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