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며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있다면
1. 남과의 비교는 금물이며.
2. 결혼은 일생에 한번 뿐이기도 하지만 한번 하고 말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름 위 2가지 원칙을 잘 지켰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원칙이 가장 지켜져야 할 곳 중에 하나 스드메.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너무나 보편화된 용어인지라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스드메란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준말로 오로지 신부의, 신부에 의한, 신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스드메란 것은 각 shop별로 등급.이라는 게 있어서
스드메 각 shop별 등급 조합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A등급 스튜디오, B등급 드레스, C등급 메이크업 샵을 선택하면 총 금액 삼백만원,
또는 삼백만원 한도에서 스드메 shop 등급을 조합하여 삼백으로 맞춘다. 이런 체계란 것.
여기에 스튜디오 촬영 시 드레스를 몇 벌 입을 수 있느냐, 본식 때 원판 촬영(왜 그.. 결혼식 단상 앞에서 가족친지,친구들 주주룩 세워놓고 사진 찍는 거..)과 스냅 포함이냐, 결혼식 날 걸릴 액자는 무엇이냐.. 이런 것들도 다 포함되니 다시 한번 꼼꼼한 체크는 필수~!!
아래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별로 조금씩 끄적여 본 나의 생각..
1. 스튜디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에 충실한 나와는 달리 어색하고 민망하게 그런 건 왜하냐며 투덜대는 남친에게 ‘다른 건 몰라도 스튜디오 촬영만은 물러설 수 없다’며 완강히 스튜디오 촬영을 강행한 나였지만 사실 정형화된 스튜디오에서 틀에 박힌 미소를 짓는게 과연 최선일까? 라는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솔직히 스튜디오 촬영은 아주 즐거웠다. 약 4시간 가량 진행된 촬영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스튜디오 촬영에 대해 후회하거나 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사진이 좋기 때문에 스튜디오 대신 다른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았으리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요즘엔 ‘남들과 똑 같은 스튜디오 촬영은 싫어~ 나는 나만의 웨딩사진을 찍을테야~’ 라는 개성파 신부들이 많아져서인지 셀프촬영, 야외스냅촬영 등 스튜디오 촬영을 대신할 다양한 옵션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니 스튜디오를 과감히 생략하고 다른 것들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하다.
2. 드레스
원체 비루한 몸뚱이인지라.. (웨딩 드레스에는 최악의 조합인 건장한 상체와 상대적으로 날씬한 하체를 가진.. ㅡㅡ;) 뭐.. 굳이 비싼 걸 따지지는 않았다.
가격이 비싼 것이 더 이쁘다고는 하는데,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내 기억에 결혼식 당일의 모든 신부는 아름다웠고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가 어느 shop 것인지, 비즈가 많이 달렸는지 풍성라인인지 슬림라인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남들 눈을 의식해서 좋은 것을 고를 이유는 없을 듯하다.
결국 자기 만족이니 여건이 된다면 비싼 드레스 입고 아니라면 무리하게 비싼 드레스 입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한가인 드레스 입었다고 내가 한가인 되는 건 아니니까..
3. 메이크업
이런 부분에 그닥 까탈스럽지 않은 나는 저렴한 곳에서 메이크업을 했는데 스튜디오 촬영 시 샵에서 알아서 잘 해줬고 또 만족했었기 때문에 굳이 비싼 곳에서 (예를 들어 청담동 00 shop의 손예진 담당원장님이라든지…) 안해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르기 때문에 넘어가자.
4. 비용
어쨌든 지금까지 스드메에 내가 들인 비용은 [스드메(원판스냅촬영,액자 포함) + 스튜디오 원본CD및 사진인화비 + 헬퍼이모 수고비 + 신랑 신발 대여비]다. 스드메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추가비용인 셈. 이야길 들어보니 보통 업체에서 제공하는 액자가 너무 허접해서 보통 액자 교체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나는 스드메 205만원, 추가비용 32만원 해서 232만원을 지불했다. 웬만한 사람 한달 월급인 셈인데, 문제는 내가 한 금액이 결코 비싼게 아니란 거.. 오히려 어디가서 싸게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가격이란 거다.
스드메 등급과 내가 동급이 되는 것이 아님에도 ‘결혼’이란 게 ‘일생에 거의 한번 밖에 없고’ ‘당일 본인이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보니 은근한 자존심이나 허영이 아무래도 발생하기 마련.
웨딩업체들이 그 심리를 잘 파고들어서 ‘신부님이 그날 주인공이신데.. 평생 한번밖에 못입는 거잖아요’ 라고 설득하는데다 shop 간 등급 차이도 5~10만 간격으로 촘촘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네네.. 그렇지요.. 나는 소중하니까요~ 조금만 더 투자해야지요.. 조금만 더..’ 이렇게 되면 처음 생각했던 예산에서 훨씬 초과된 금액이 나오는 게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모든 결혼 과정이 다 그렇겠지만, 본인 예산과 자기만족과의 gap을 얼마나 잘 control하느냐가 합리적인 스드메 준비의 관건인 듯 하다. 사실 워낙 스드메 가격이 높아서 뭘 해도 합리적이란 소리를 듣기 어렵고 일방적으로 수요자가 밀리는 게임인 셈이지만 뭐.. 비싼 공주놀음 한번 했다 생각할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