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비용
처음에 결혼 준비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이제부터 많이 싸우겠네,’ 라고 이야기하셨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한번도 안 싸웠다.
둘 다 자기 주장 강하고 자존심도 좀 쎈 스타일이라 성격이 순해서 그렇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고..^^;
싸우지 않았던 이유가 첫째는 비슷한 취향, 둘째는 부모님들이 우리를 믿고 간섭(?)하지 않으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혼 비용 공동부담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통대로라면야 남자가 집을 장만하고 여자가 집을 채울 가전이며 혼수를 장만하겠지만..
요즘처럼 집값 비싼 시대에 (더군다나 우리가 집구하던 그 시기는 전세대란의 한복판!!) 신랑측에 집값을 온전히 부담하게 하는 것은 좀 염치없는 일인 듯.
물론 결혼이란 건 집안 형편 따라, 본인 능력 따라 case by case라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둘이 비용을 반반 내고 그 안에서 집 장만, 결혼식 비용 등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모자란 부분은 대출을 받았는데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4%, 최대 8천만원, 대출액의 10%만 갚으면 2년마다 상환기간 연장도 되니 잘 활용하면 좋을 듯.)
그러니 괜히 ‘나는 이만큼 예단 줬는데 꾸밈비를 이것 밖에 안줘?’ 라든지 ‘내가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예단이 이게 뭐야? 왜 한복에 금단추를 안달아?’ 라며 투닥거릴 일이 발생하지 않아서 모든 결혼 준비 과정이 아주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여견이 되면 비용 반반 부담해서 그 안에서 모두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고 속편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강추한다.
2. 결혼식.
아… 결혼식 생각하니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는 화창한 봄날의 야외결혼식을 기대했건만..
결혼식 당일날 강한 바람을 동반한 많은 비가 전국적으로 내린단다.
비바람 몰아치는 리얼야생버라이어티 야외결혼식을 하게 생겨서..
속상하고 또 속상하지만..
그간 너무 순탄했던 결혼 준비과정에 추억 하나 만들라고 이런 시련(?)을
던져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웃기로 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ㅡㅡㅋ)
우리 결혼식은 요즘 나름 대세(?)라는 주례없는 결혼식이다.
일년에 한번 제대로 뵙지도 않는 학교 은사님보다, 또 ‘교육계에 오랫동안 몸담으신’ 전문주례님보다 평생 우리를 보살펴주시고 사랑해주신 부모님께 듣는 덕담 한마디가 더 귀하고 값질 것 같아 나름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건데 남자친구도 그런 생각했었다고 하니 자연스레 주례없는 결혼식으로 낙찰되었다.
요즘에는 주례없는 결혼식.이라고 전문적으로 결혼식 사회를 보는 업체들도 많지만 온전히 우리 힘으로만 진행하고 싶어서 따로 알아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식순은 보통의 결혼식과 똑같고 주례가 진행하는 부분만 변경을 했다. 예를
들어, 혼인서약은 각자 편지를 읽고, 아빠가 성혼선언문을, 아버님이 덕담을 해주시는 식.
참, 날씨만 좋으면 딱. 좋았을 것을…. 그저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늘만 보고 있는데..
사실 비만 적당히 오면 나름 운치있고 좋을 듯 한데..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라니….
아아.. 다시 한번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예쁜 결혼식을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