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끔 요리란 걸 한다.
어제 괜히 집 밥이 먹고 싶어서.
동생이 저번 주에 삼겹살 구워먹자고 사다 놓은, 그러나 먹지 못한 꽝꽝 얼린 삼겹살이 냉동실에 있다는 걸 기억해내고는.
돼지김치찌개와 돼지주물럭을 해먹기로 급결정했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데.
난 양파랑 고추, 파가 한주먹씩만 있으면 되는데.. 시장에서 파는 것들은 죄다 일주일은 넘게 먹을 것들 뿐.
물론 가격들은 매우 쌌지만.. (양파 한묶음 천원, 청량고추 한묶음 천원. 호박 1개 오백원.)
그럼에도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분명히 다 썩어서 버려야할 것들이기 때문에.
곰팡이 핀 채소들을 버리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래도 양파사고, 청량고추 사고, 호박 사고, 나물 하나 사서 집에 도착.
간장, 맛술, 설탕, 고추장, 고춧가루, 후추 등등 갖은 양념 꺼내놓고
양념장 만들 그릇과 숟가락 꺼내놓고
밥을 전기밥솥에 올려놓은 다읆.
김치랑 돼지 고기 볶으려고 후라이팬을 집었는데!!
설겆이 대 위에 곱게 엎여져있던 후라이팬 위에 왠 검은 물체 하나가!!
알고봤더니 내 엄지손가락 만한 바퀴벌레!!
으아아악~~!!!!
그 순간 모든 식욕이 다 사라지고 저 바퀴벌레를 어떻게 죽여야 하나란 생각만.
바퀴벌레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빨빨거리며 여기저기 돌아댕긴다.
바퀴벌레가 보이며 꺄~ 비명을 지르고 레이드 한번 뿌려주고 안 보이면 얼어붙어 있다가 또 보이면 꺄~하면서 레이드 뿌리고
약 십여분 간의 사투 끝에 바퀴벌레는 까뒤집혀서 바둥거리며 장렬하게 전사했다.
으으윽..
또 바퀴벌레가 안 보이니 식욕이 살아나더군.
찝찝해서 싱크대위에 있는 접시들 모두 설겆이 다시 한번 하고.
내 예상시간 보다 30분 늦게 요리를 완성.
너무 많이 먹었더니 아직까지 배부르다.ㅠ
근데 이번 껀 양념이 너무 쎘어.. 다음엔 웰빙 건강으로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