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서울에서 살고 싶었다.
어릴 때의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당시 서울 방송이 개국 했는데, 내가 살던 도시에는 당연하게도. 안나왔다.
아아~ 나도 서울방송 보고싶어.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들 다 나온단 말얏!! 흑흑.
다행히도 유선 방송이라는 데서 모래시계니 머 다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유치찬란한 드라마들을 보여주긴 했는데.
내 방에 앉아서도 거실의 울 집 TV가 켜졌는지, 꺼졌는지.
언제쯤 돌리면 광고 안 하고 바로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지 귀신 같이 알아내던 TV광이 그정도에 만족할리는.. --;
서울방송 보려면 당연히 서울에 살아야해. 에서부터 시작된 나의 서울에 대한 로망은 대학 모의고사 지망에서도 늘 서울에 있는 모 대학만 쓰도록 하게했다.
허나. 머 대부분의 수험생이 그렇듯. 교육부의 농간으로 수능성적은 평소보다 잘 나오지 않았고.
소위 말하는 SKY에 갈 성적이 안되었던 나는..
울 집에서도 다닐 수 있고 등록금도 싼 울 학교에 입학했다.
수강신청을 위해 넓~은 강의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약 200여명의 학생들에게 교수님이 한마디 던지셨다.
"서울 가려다 못가구 왔죠?"
대부분의 아이들이 낄낄거렸고 나도 그 무리들 속에서 공감섞인 웃음을 날렸더랬다.
그러다 서울로 취직이 되면서 결국 서울 입.성. 이라는 어릴 적 로망을 이루게 되었는데.
연수를 들어가기 위해 서울로(정확히는 용인이었지만.. --;) 올라가던 그 날 아침에.
엄마는 잠들어 있는 날 깨우며 말씀하셨다.
"어이구. 그렇게 서울.서울 하더니 결국은 가네~"
뭐. 그렇게 서울에 입성은 했지만.
갓 대학 졸업한 20대 초중반 어린 아가씨에게 서울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높은 집값 때문에 나의 첫 보금자리는 원룸이 많은 어느 동네의 반지하방이었고.
그나마도 풀옵션에 들어간 침대가 고장이라.. 한쪽 귀퉁이가 계속 무너지곤 했다.
회사에선 딱히 맡은 업무는 없어도 늘 신경이 곤두서서 집에 오면 지쳐 곯아떨어지기 일수였고,
주위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서.
주말엔 내 목소리가 어떤지 알지도 못한 채 집 안에만 처박혀 지냈다.
외로움에 지쳐 한달에 한번은 꼭꼭 내가 살던 도시로 달려갔는데.
그 먼거리와 시간에도 피곤한 줄 몰랐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있어보려고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늦추다보니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은 늘 밤.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창 밖으로 보이는 시커먼 한강을 보며 늘 내 숨은 턱턱 막히곤 했다.
그렇게 서울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8년째다.
이젠 서울 사는 친구들도 제법 생겼고,
나의 도시에 가는 일도 명절 때나 경조사 때나 간혹 있을 뿐이며,
그 도시의 억양이 가끔 어색할 때도 있다.
그래도. 기차간에서 쳐다보는 한강은 늘 내게 위압적이다.
숨막히도록 바쁘고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표피로 내면을 숨긴 도시.
그래서. 나는 간혹 바다가 그립다.